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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만 회자되는 ‘장자연 사건’은 '성접대' 아닌 ‘성폭행’ 사건

 

 

 

피해자만 회자되는 ‘장자연 사건’은 '성접대' 아닌 ‘성폭행’ 사건

 

 

 

이제는 고인이 된 고(故) 장자연 씨를 둘러싼 '성 접대 강요 사건' 증언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32·본명 윤애영)씨가 8일 국회를 찾아 사건 해결을 위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습니다.

윤씨는 이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초청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는데요.

회의실을 가득 채운 취재진을 보고 윤씨는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사실 태어나서 처음 본다. 그간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범죄의 크기를 무엇은 크고 무엇은 작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이라며 장자연 사건에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은연중에 드러냈습니다.

그는 "가장 싫어하는 말 중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며 "여기 저를 위해 와주신 분들이 법 위에 선 사람들에게서 저를 구원해주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응원과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곧이 걸어왔는데 앞으로도 그 걸음을 여기 와주신 분들과 함께 걸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는데요.

간담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윤씨를 보호하고,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윤씨의 진실을 향한 투쟁이 외롭지 않도록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잘 지켜드리자는 취지로 간담회를 마련했다"며 "윤씨의 지난주 출판기념회가 석연찮은 이유로 하루 전 취소됐다. 뜻 있는 사람들과 시민의 힘으로 오는 일요일 국회에서 북콘서트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진상 규명이 외압 없이 이뤄지고 핵심 증인 윤씨가 증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같은당 권미혁 의원과 정춘숙 의원도 한목소리로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수민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권력형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저희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추혜선 의원은 "윤씨가 겪은 두려움과 외로움의 시간에 대해 국회가 성찰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응원이 이어졌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이후 30여분 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윤씨와 대화를 나눴는데요.

안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 관련 윤씨의 의견과 평가, 검찰·경찰에 바라는 얘기 등을 들었다"며 "이 사건은 성 접대 사건이 아닌 성폭행 사건이라는 데 의원들과 윤씨가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피해자가 적시되는 사건이어서는 안 된다. '김학의 사건'처럼 가해자가 적시돼야 하는데,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언론 권력이 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인식도 함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씨는 특정 매체 보도를 전면 반박했습니다.

윤씨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매체의 '증인 윤지오와 장자연 사건'이라는 기사에 대한 유감을 표했는데요.

해당 기사는 과거 장자연과 윤씨를 매니지먼트 한 권모 씨와 장자연 매니저 백모 씨의 인터뷰를 주로 다뤘습니다.

권씨는 “지오는 옛날부터 유명해지고 싶어 한 친구”라며 “실제로 지오는 자연이와 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백씨 역시 “요즘 지오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갑자기 관심받고 싶어서 저러나?”였다며 “지오는 자연이와 친분이 있지 않았고 따로 연락하는 것을 본 적도, 따로 만났다고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접대 자리를 강요한 적이 절대 없다. 오히려 지오는 술자리에 안 불러주면 섭섭해했다”며 “지금 하는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윤씨는 “권씨는 방송국 FD 출신으로, 내가 처음 JTBC와 인터뷰할 당시 ‘내가 언론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며 그만하라고 타일렀었다”고 권씨와 나눈 문자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문자에는 권씨가 “JTBC가 널 이용하는 기분이 드는 걸 왜일까?”라며 “한국이 지금 서로 진흙탕 싸움이니 괜히 껴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아서 그랬다. 몸 조심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나와 언니가 나눈 통화나 문자 기록은 경찰, 검찰 측이 모두 가지고 있다”며 “반대로 친하지도 않은 저 사람(백씨)에게 가타부타 이야기를 늘어 놓은 적이 없다”고 백씨 주장을 전면 반박했습니다.

이후 윤씨는 해당 언론사에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시거든 정확하게 보도하시고, 정정보도 하지 않을 시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후 해당 매체는 관련 기사를 온라인상에서 삭제했습니다.

 

 

 

피해자만 회자되는 ‘장자연 사건’은 '성접대' 아닌 ‘성폭행’ 사건 2

 

 

유씨는 14일 북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나 자신의 거주지인 캐나다로 옮겨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윤씨는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약속한 북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떠나겠다"고 전했습니다. 행사는 14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인데요.

캐나다에 살면서 책 '13번째 증언' 출간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참고인 조사를 위해 단기 귀국한 윤씨는 인터뷰, 언론 대응 등으로 애초 정한 출국기일을 연거푸 연기해왔습니다.

그러나 윤씨가 "해야 할 증언은 16번째를 마지막으로 더 필요하지 않다고 과거사위에서 말했다"고 밝힌데다, 모친의 가슴종양이 발견돼 더는 출국 일정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제는 제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드려야 할 것 같다"며 "단 몇 초만이라도 저희 엄마를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누리꾼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씨는 장자연 사망 10주기를 맞아 지난달 5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초로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피해자는 숨고 가해자는 떳떳한 걸 더 볼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달 12일 첫 조사에서 성접대 대상 명단에 포함됐다는 의혹을 받는 같은 성씨 언론인 3명과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 1명의 이름을 조사단에 밝혔고, 같은달 28일 조사에서는 장자연 사건에 대해 증언 가능한 현역 여배우 5명의 이름도 조사단에 전달했습니다.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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